두 달째 출근하는 신입이 오늘도 사수 뒤에 서 있습니다. 사수는 자기 물량을 치느라 손이 바쁘고, 신입은 무엇을 물어야 할지 몰라 그냥 봅니다. 그렇게 하루가 끝나고, 몇 달 뒤 그 신입은 보이지 않습니다.
저희는 공장에 시스템을 넣는 일로 현장 수십 곳을 다녔고, 이 장면을 한두 번 본 것이 아닙니다. 결론부터 적습니다. 신입이 안 큰 것이 아니라, 그 공장에서 "무엇을 할 줄 알면 다 배운 것인지"를 아무도 정해둔 적이 없는 것입니다. 요즘 세대 탓도, 사수 탓도 아닙니다. 아래는 그 이유와, 매뉴얼을 쓰지 않고 신입을 혼자 세우는 순서입니다.
옆에 붙여만 놓으면 왜 배우지 못하나
경험자 옆에 세워두는 것만으로는 일이 옮겨가지 않습니다. 가르치는 쪽에는 오늘 넘겨야 할 물량이 먼저이고, 배우는 쪽은 무엇을 물어야 하는지 모르기 때문입니다.
이것은 우리나라만의 일이 아닙니다. 직원 스무 명 규모의 해외 공장 사장이 같은 고민을 올렸습니다. 핵심 인력은 나이 들어가는데 뒤를 이을 사람이 안 생기고, 지금 방식은 "경험 있는 사람 옆에 신입을 붙여놓고 알아서 익히기를 바라는 것"이 전부라는 글이었습니다. 거기 달린 답글이 정확했습니다.
just because you put him with the experienced guy doesn't mean he learns through osmosis. … If the newbie isn't asking questions, then the old timer doesn't give answers. — Practical Machinist 포럼 "Training Employees" 스레드 답글
붙여만 놓으면 일이 저절로 스며들 것 같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사수의 오늘 순위에서 "신입 가르치기"는 물량 뒤에 있고, 신입의 "오늘 물어볼 것" 칸은 비어 있습니다. 그래서 하루가 구경으로 끝납니다.

요즘 세대 탓도, 사수 탓도 아닌 이유
원인은 사람이 아니라 "끝"이 정해져 있지 않다는 것입니다.
회사는 흔히 "요즘 애들이 문제"로 결론을 냅니다. 수습 기간에 20대 신입 다섯 명을 전부 내보내고 나서 "시대의 문제인건가?"라고 묻는 글도 있었습니다(디시인사이드 중소기업 갤러리). 그런데 하루 종일 구경만 한 신입은 의욕이 없어서가 아니라, 물어볼 거리를 만들어 주는 사람이 없었던 것입니다.
반대쪽에서는 사수를 탓합니다. "한번알려줬는데 못한다고 갈구는" 사수 때문에 신입이 계속 나간다는 글이 현장 게시판에 올라옵니다(디시인사이드 생산직 갤러리). 그런데 저희는 사수 탓도 아니라고 봅니다.
그 공장의 사수에게 딱 하나를 물었습니다. "저 친구가 무엇을 할 줄 알아야 다 가르친 것입니까?" 답이 나오지 않았습니다. 사장님께 같은 질문을 해도 나오지 않았습니다. 끝이 정해져 있지 않으면 세 가지가 따라옵니다.
- 가르치는 사람은 오늘 자기 일을 보여줄 수밖에 없습니다. 무엇을 가르쳐야 할지 목록이 없기 때문입니다.
- 배우는 사람은 자기가 어디쯤 왔는지 알 방법이 없습니다.
- 가르치는 일이 누구의 몫인지도 정해지지 않습니다. 그래서 어떤 사수를 만나느냐에 따라 배우는 것이 달라집니다.
도달 기준표: 반년 뒤 혼자 할 일을 한 줄씩 적는다
도달 기준표란 신입이 일정 기간 뒤 혼자 하고 있어야 할 작업을 한 줄씩 적고, 줄마다 합격 조건과 통과 날짜 칸을 붙인 표입니다. 방법(어떻게 하는지)은 적지 않습니다. 매뉴얼이 아니라 "어디까지 가면 끝인지"를 적는 것입니다.
그 공장에 권한 것도 매뉴얼이 아니었습니다. 사수에게 질문을 바꿔 다시 물었습니다. "저 친구가 반년 뒤에 혼자 하고 있어야 할 일이 뭡니까?" 이번에는 술술 나왔습니다. "다 가르쳤느냐"고 물으면 답이 없지만, "시킬 일"을 물으면 다들 알고 있습니다.
만드는 순서는 이렇습니다.
- 사수가 말하는 대로 작업 이름만 한 줄씩 적습니다. 방법은 적지 않습니다.
- 줄마다 옆 칸에 합격 조건을 붙입니다. 예: "도면 보고 기계 준비를 혼자 끝내고, 처음 만든 한 개가 검사를 통과한다."
- 쉬운 것부터 번호를 매깁니다. "쉽다"는 사람마다 다르므로 정의부터 정합니다 — 그 공장에서는 "신입이 틀려도 물건이 안 망가지는 일"을 쉬운 일로 잡았습니다. 사수와 공장장이 같이 앉아 한 번에 매깁니다.
- 마지막 칸을 통과 날짜 칸으로 비워두고 벽에 붙입니다.
완성된 표는 아래와 같은 모양입니다. 세로로 작업 이름, 옆 칸에 합격 조건, 마지막 칸에 통과 날짜가 있습니다.

신입은 첫 번째 줄만 봅니다. 나머지는 아직 안 봐도 됩니다. 사수도 오늘 무엇을 시킬지가 정해집니다.
교육 시간을 따로 빼지 않고 라인 물량으로 가르친다
교육 시간은 따로 빼지 않습니다. 첫 번째 작업이 라인에 들어오는 날을 그대로 씁니다. 어차피 누군가는 쳐야 할 물량이고, 그날 그 물량을 사수 대신 신입이 합니다.
그날 바뀌는 것은 세 가지입니다.
- 작업지시서의 담당이 사수 이름에서 신입 이름으로 바뀝니다.
- 사수는 옆에 서 있는 것이 아니라 나온 물건을 검사합니다.
- 합격 조건을 통과하면 사수가 벽의 표에 날짜를 적습니다. 못 통과하면 무엇이 모자랐는지 한 줄 적고, 그 작업이 다음에 또 들어오는 날 다시 합니다. 한동안 안 들어오면 다음 번호부터 합니다.
아래는 그날의 작업지시서가 어떻게 바뀌는지입니다.

물론 사수도 그 시간에는 자기 물량을 못 칩니다. 그런데 몇 번 지나면 그 작업이 통째로 사수 손을 떠납니다.
날짜 적는 일을 사수의 업무로 못박는다
가르치는 일이 마음이 내켜야 하는 일이 아니라 업무가 되어야 사수 성향에 따라 결과가 갈리지 않습니다. 그 장치가 통과 날짜 칸입니다.
- 날짜를 적는 일이 사수가 그날 해야 할 업무 목록에 들어갑니다.
- 공장장은 지나가다 표를 봅니다. 빈칸이 몇 주째 그대로면 신입이 아니라 사수에게 묻습니다.

반년은 멀어 보이지만 첫 줄은 이번 주에 통과합니다. 그러면 "쟤는 안 큰다"는 말 대신 "몇 번째 줄까지 왔다"는 말이 나옵니다.
표에 적을 수 없는 것: 감각은 표에서 뺀다
기계 돌아가는 소리만 듣고 어디가 이상한지 아는 감각은 합격 조건으로 적을 수 없고, 옆에 서서 보는 것 말고는 배울 방법이 없습니다. 그러니 이 글은 옆에 세우지 말라는 것이 아닙니다.
- 옆에 서는 것은 방법이지 계획이 아닙니다. 무엇을 통과하면 끝인지가 붙어 있지 않으면, 옆에 서 있는 시간은 그냥 시간이 됩니다.
- 그런 감각은 표에서 아예 뺍니다. 표는 조건을 적을 수 있는 일만 담습니다.
- 표를 다 채운 다음에야 그런 감각이 붙기 시작합니다.
이미 벽에 표가 있다면: 합격 조건 칸이 비었는지 본다
작업 이름과 동그라미만 있고 합격 조건 칸이 비어 있는 표는 있어도 없는 것입니다. 동그라미를 언제 그려주는지 아무도 모르기 때문입니다.
고객사 심사에서 작업자 스킬 매트릭스를 만들어 정기 평가하라는 부적합 지적을 받고서야 그 문서를 찾는 글도 봤습니다. 심사용으로 만든 표는 대개 아래 모양입니다.

동그라미 옆에 합격 조건 한 줄을 붙이면 같은 표가 도달 기준표가 됩니다.
오늘 할 수 있는 것
사수에게 가서 이것 하나만 물어보십시오. "저 친구가 반년 뒤에 혼자 하고 있어야 할 일이 뭡니까?" 나오는 대로 다섯 줄만 적으십시오. 그 다섯 줄이 신입에게 줄 첫 표가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