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량 대책서를 써도 같은 불량이 또 나는 이유 — 원인 칸에 "작업자 부주의"를 적기 때문입니다

대책서의 원인 칸에 사람을 적으면 대책은 교육·주의·교체로만 나오고, 사람이 바뀌면 그대로 재발합니다. 원인 칸에 "그 사람이 틀리게 놔둔 조건"을 적고 대책 칸에 그 조건을 없애는 것 하나만 적는 방법, 그리고 작업표준서·옆 품번·임시대책까지 정리했습니다.

불량이 나면 대책서를 쓰고 발표를 합니다. 그리고 얼마 뒤 같은 불량으로 또 씁니다. 그 대책서의 원인 칸에는 대개 "작업자 부주의"가 적혀 있고, 대책 칸에는 재교육·주의 환기·전수선별이 적혀 있습니다. 이 조합으로 닫힌 대책서는 높은 확률로 다음에 또 쓰게 됩니다.

이 글은 그 원인 칸 한 줄을 바꾸는 이야기입니다. 양식을 새로 만들 필요가 없고, 오늘 접수된 불량부터 바로 적용할 수 있습니다.

"작업자 부주의"는 원인이 아니라 원인 찾기를 멈춘 자리입니다

작업자 부주의란 원인이 아니라, 원인을 찾다가 사람에서 멈춘 자리입니다. 사람을 원인으로 적으면 대책 칸에 쓸 수 있는 것은 세 가지뿐입니다.

  • 교육한다
  • 주의를 준다
  • 사람을 바꾼다

셋 다 그 자리에 다른 사람이 서는 순간 원래대로 돌아갑니다. 교육만으로는 재발 방지가 안 된다는 것은 현장에서 이미 다들 알고 있습니다. 숙련자도 같은 실수를 하기 때문입니다.

이 진단은 해외 품질 실무자도 같습니다. 미국의 품질 실무 블로그 Hardcore QMS 는 재교육을 시정조치로 적는 관행을 두고 이렇게 씁니다.

It sounds nice and simple, but it's the result of someone stopping at the first or second Why and not getting to the root cause. — Retraining Is Not The Solution, Hardcore QMS

원인 칸을 사람으로 채운 대책서와 조건으로 채운 대책서는 이렇게 갈립니다.

원인 칸에 사람을 적으면 원인 칸에 조건을 적으면
원인 예 작업자 부주의 부품이 빠진 채로도 다음 공정으로 넘어갈 수 있었다
대책 칸에 남는 것 교육 · 주의 · 교체 그 조건을 없애는 일
사람이 바뀌면 원래대로 돌아간다 그 자리에 그대로 남는다
같은 조건의 옆 자리 찾을 방법이 없다 조건으로 찾아낼 수 있다

원인 칸에는 "그 사람이 틀리게 놔둔 조건"을 적습니다

원인 칸에 적을 것은 사람이 아니라, 그 사람이 틀릴 수 있도록 놔둔 조건입니다. 조립 공정에서 부품 하나가 빠진 불량을 예로 들면, "부주의"라고 적는 대신 아래 세 가지를 묻습니다.

  1. 빠진 채로도 다음 공정으로 넘어갈 수 있었나
  2. 비슷한 두 부품이 눈으로 구분됐나
  3. 그 자리에 몇 개가 들어가는지 세어 볼 방법이 있었나

여기서 나오는 답이 원인입니다. 넘어갈 수 있었으니 넘어간 것이고, 구분이 안 됐으니 헷갈린 것입니다. 사람이 아니라 조건이 원인 칸에 들어가면, 대책 칸은 저절로 그 조건을 없애는 일이 됩니다.

대책 칸에는 그 조건을 없애는 것 하나만 적습니다

대책 칸에는 원인 칸에 적은 조건을 없애는 것 하나만 적습니다. 제일 싸고 오늘 되는 것부터 순서대로 보면 이렇습니다.

  1. 소분 — 제품 하나에 들어갈 만큼만 부품을 미리 세어서 담아 둡니다. 작업이 끝났는데 남아 있으면 빠진 것이므로 그 자리에서 걸립니다.
  2. 자리 분리 — 헷갈리는 두 부품을 다른 통, 다른 높이에 둡니다. 잘못 집을 일이 줄어듭니다.
  3. 못 넘어가게 막기 — 빠진 상태로는 다음 공정 지그에 물리지 않게 만듭니다.

이 셋은 사람이 아니라 자리에 붙는 대책입니다. 어제 사람이 오늘 사람으로 바뀌어도 그 자리에 남는 모습을 그림으로 보면 이렇습니다.

어제 사람이 오늘 사람으로 바뀌어도 그 자리에 남는 대책 세 가지 — 4개씩 소분, 자리·높이 분리, 못 넘어가게

남는 것이 대책입니다. 사람이 바뀌면 사라지는 것은 대책이 아닙니다.

대책서 밖으로 두 군데 더 가야 끝납니다

원인과 대책을 조건으로 적었다면, 그 대책은 대책서 밖의 두 곳에 더 가야 재발이 끊깁니다.

작업표준서를 같이 고칩니다

대책서 한 장에만 적힌 대책은 그 종이를 안 본 다음 사람에게는 없는 일입니다. 조건을 없앤 그 상태가 표준이 되도록 작업표준서를 고쳐 둡니다. 앞서 인용한 Hardcore QMS 도 같은 순서를 말합니다.

However people should be trained on the new, improved process, not the process that was already found to have holes. — Retraining Is Not The Solution, Hardcore QMS

교육은 고쳐진 표준을 가르치는 자리에 오는 것이지, 대책 그 자체가 아닙니다.

같은 조건이 남아 있는 옆 자리를 찾습니다

이 대책이 한 품번에서 나왔다면, 같은 부품을 쓰는 옆 품번은 어떤지 봅니다. 한 품번에서 막은 조건이 같은 부품을 쓰는 다른 품번에 그대로 남아 있는 모습은 이렇습니다.

A-1204 에서 막은 조건이 같은 부품 P-12 를 쓰는 A-1206, A-1210 에는 아직 그대로 남아 있어 다음 달 대책서가 거기서 나온다

거기가 아직 안 막혀 있으면 다음 달 대책서는 거기서 나옵니다. 원인을 조건으로 적어 두면 이런 자리가 보이고, 부주의라고 적어 두면 찾을 방법이 없습니다.

이번 달에 설비를 못 고치면 임시대책 칸을 따로 둡니다

조건을 없애려면 설비를 손봐야 하는데 이번 달에는 못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럴 때는 대책 칸에 "언제까지 무엇을 하겠다"를 적고, 그때까지 버티는 임시대책을 따로 적습니다. 전수선별은 대책 자리가 아니라 임시대책 자리에 적는 것입니다. 대책서 한 장에서 이 둘이 어디에 놓이는지는 이렇습니다.

대책서 예 — 원인: 빠져도 다음 공정으로 넘어갈 수 있었다. 대책: 지그 개조, 미조립품은 안 물리게, 11/30까지. 임시대책: 그때까지 전수선별. 전수선별은 대책 자리가 아님

고객사 양식이 "왜"를 다섯 번 물으라고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칸은 채우되, 마지막 칸이 사람으로 끝나지만 않으면 됩니다. 사람이 나왔으면 한 번만 더 묻습니다 — 그 실수가 왜 다음 공정으로 넘어갔나.

오늘 할 수 있는 것

올해 쓴 대책서를 꺼내 원인 칸만 쭉 읽어 봅니다. "부주의", "휴먼에러", "작업자 실수"로 끝난 장이 몇 장인지 세어 봅니다. 그중 최근 것 한 장만 골라 원인 칸을 조건으로 다시 써 봅니다. 그 한 장이 다음 달 대책서 한 장을 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