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입 불량이 반복되는 이유는 잔량에 자리가 없기 때문입니다

기종을 바꾸고 남은 반 박스는 갈 곳이 정해져 있지 않아 나갈 물건 옆에 섭니다. 교육과 작업표준만 고치면 같은 혼입이 몇 년 뒤 다시 납니다. 돈을 들이지 않고 오늘 시작할 수 있는 네 단계를 정리했습니다.

기종을 바꾸면 한 박스를 다 채우지 못한 반 박스가 남습니다. 그 박스는 대개 라인 옆에 그대로 섭니다. 둘 곳이 정해져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몇 달 뒤 고객사에서 다른 제품이 섞여 들어왔다는 연락이 옵니다.

섞이는 것은 사람 때문이 아니라 잔량에 자리가 없기 때문입니다

혼입은 담당자의 부주의가 아니라 남은 물건이 설 자리를 회사가 정해주지 않아서 생깁니다. 갈 곳이 없는 물건은 제일 가까운 빈 공간에 서고, 그 공간이 하필 다음에 나갈 물건 옆입니다.

잔량이란 한 로트를 다 쓰거나 다 채우지 못하고 남은 자재·반제품·완제품을 말합니다. 기종 교체, 포장 단위 차이, 재작업 반환처럼 물건이 나뉘는 자리마다 생깁니다.

현장을 수십 곳 다니면서 본 장면은 대부분 같았습니다. 반 박스가 완제품 파레트 바로 옆에 서 있고, 상차하던 기사가 박스를 높이 쌓다가 앞 사람이 미처 올리지 못한 것으로 알고 함께 실어 보냅니다. 그 기사가 잘못한 것이 아닙니다. 나갈 물건 옆에 서 있으면 누구라도 그렇게 봅니다.

나갈 물건 놓는 자리와 반 박스가 사이 거리 0으로 맞붙어 있는 배치도. 문제는 서 있던 위치라고 표시돼 있다

사람을 바꾸고 교육을 해도 같은 사고가 다시 납니다

원인을 사람으로 잡으면 대책도 사람으로 나오고, 사람이 바뀌면 대책이 사라집니다. 제조 품질 커뮤니티에는 같은 혼입이 칠 년 동안 네 번쯤 반복됐다는 사례가 올라와 있습니다. 그때마다 교육을 하고 작업표준을 고쳤지만 재발했고, 뒤늦게 짚어보니 원인은 사상 작업 뒤 남은 잔량을 처리하지 않고 두었다가 다음 모델과 섞인 것이었습니다.

같은 글에 달린 답이 문제의 성격을 정확히 짚습니다.

대책 수립 시 가장 어렵지만 중요한 게 원인 파악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등이 가려운데 다리를 긁는 대책이 나옵니다.

자리를 못 찾은 물건은 이름표도 함께 잃습니다

현품표는 한 박스가 꽉 찼을 때를 기준으로 만들어져 있어서, 나뉜 물건에 붙일 표가 따로 없습니다. 품명·로트·수량·날짜 칸은 있지만 그것은 온전한 한 단위를 위한 것입니다.

이름이 없는 물건은 며칠만 지나면 정체를 알 수 없게 됩니다. 겉모양이 같고 값 하나만 다른 품목이 나란히 있으면 더 그렇습니다. 좌우가 다른 부품, 지름만 다른 부품, 사양 하나만 다른 부품이 그렇습니다. 이 상태에서 클레임이 들어오면 어느 날 만든 것인지 되짚을 방법이 없습니다.

돈을 들이지 않고 오늘 시작하는 네 단계

규정을 만드는 일부터 시작하지 않습니다. 순서는 이렇습니다.

  1. 남은 것을 셉니다. 라인을 한 바퀴 돌면서 통로·파레트 옆·설비 뒤에 서 있는 것을 전부 셉니다. 몇 개인지, 어디에 서 있는지만 적습니다.
  2. 갈 자리를 정합니다. 바닥에 테이프를 붙이고 이름을 써 붙이면 됩니다. 중요한 것은 위치입니다. 나갈 물건을 놓는 자리에서 멀리 떨어뜨립니다. 가까이 두면 사람이 헷갈리는 것이 아니라 손이 헷갈립니다.
  3. 잔량 식별표를 만듭니다. 칸을 새로 짤 필요 없이 쓰던 현품표의 항목을 그대로 두고, 색만 눈에 띄는 것으로 바꿉니다. 공정마다 표 색을 다르게 쓰는 현장도 있습니다. 사출에서 붙인 표가 조립을 마치고 붙인 표와 같은 색이면 구분 기능을 못 합니다.
  4. 공정 순서를 봅니다. 검사한 다음 다시 쌓고 옮기고 담는 구간이 있으면 섞임은 대개 거기서 생깁니다. 검사 뒤에 손이 한 번 더 가면 그 검사는 마지막 검사가 아닙니다. 포장을 검사 바로 뒤로 당기고 적재를 맨 뒤로 미룬 사례가 있습니다. 설비를 산 것이 아니라 순서만 바꾼 것입니다.

두 번째 단계가 이 순서에서 가장 자주 어긋나는 자리입니다. 나갈 물건 놓는 자리와 잔량 구역 사이에 거리를 두는 것이 핵심입니다.

나갈 물건 놓는 자리와 잔량 구역을 멀리 떨어뜨려 배치한 모습

네 번째 단계는 검사 뒤에 남는 손길을 없애도록 공정 순서를 바꾸는 것입니다.

공정 순서 비교. 이전 순서는 검사·쌓기·옮기기·포장이고, 바꾼 순서는 검사·포장·옮기기·쌓기로 포장을 검사 바로 뒤에 두고 쌓기를 맨 뒤로 미뤘다

이 방법으로 해결되지 않는 경우

같은 설비에서 좌우 부품이 동시에 나오는 구조라면 자리를 정해도 앞 공정에서 이미 섞여 있습니다. 이때는 나오는 방식 자체를 갈라야 합니다. 한쪽은 로봇으로 꺼내고 다른 쪽은 아래로 떨어뜨리는 식으로 취출 경로를 나누는 방법이 현장에서 제안됩니다.

눈으로 도저히 구분할 수 없는 품목이라면 지그나 검사기가 맞습니다. 다만 순서가 있습니다.

  • 먼저 자리와 잔량 식별표를 적용합니다.
  • 그래도 남는 것만 설비로 넘깁니다.
  • 반대로 하면 새로 놓은 검사기 앞에 남은 박스가 그대로 서 있게 됩니다.

오늘 하나만 한다면

라인을 한 바퀴 돌면서 자리 없이 서 있는 것만 세어보십시오. 생각보다 많을 것입니다. 그것들이 다음번 섞임 후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