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량이 나면 왜 품질 탓이 될까 — 만든 자리에 확인이 없어서다

고객에게서 되돌아온 불량 앞에서 첫 질문이 "검사 때 왜 못 잡았냐"가 되는 회사의 구조를 짚는다. 검사를 마지막 방어선에 두는 대신 확인을 만든 자리로 옮기는 순서(초물·중물·종물, 체크시트의 품질 칸, 대책서의 작성자, 출하 결정자의 서명, 업무분장)를 정리했다.

되돌아온 상자 하나가 회의의 첫 질문을 정한다. 어느 공정에서 무엇이 어긋났는지가 아니라 "검사에서 왜 걸러내지 못했는가"다. 매출이 좋으면 영업의 공으로, 불량이 나가면 품질의 과로 기록되는 회사에서는 이 순서가 바뀌지 않는다.

현장을 수십 곳 다니면서 같은 회의를 여러 번 봤다. 품질 담당자는 대개 한 명이고, 그 한 명이 검사와 작업표준서, 대책서, 심사 대응까지 들고 있다가 사고가 나면 혼자 답한다. 이 글은 그 구조가 어디서 생기는지와, 인원을 늘리지 않고 그것을 바꾸는 순서를 다룬다.

원인은 만든 자리에 확인이 없다는 것이다

불량이 품질 탓이 되는 회사는 검사를 공정의 맨 끝에 하나만 두고, 물건을 만드는 자리에는 확인 책임을 두지 않는다. 불량은 검사가 아니라 만드는 공정에서 생기고, 검사는 이미 생긴 불량을 발견하는 일만 한다. 발견하는 자리가 맨 끝에 하나뿐이면 앞 공정에서 생긴 불량은 아무에게도 잡히지 않고 그 자리까지 내려오며, 발견한 사람이 곧 책임지는 사람이 된다. 이 배치를 한 장으로 그리면 아래와 같다.

공정 1, 2, 3을 지나 검사에 이른 불량. 검사 담당자에게 "불량의 주인" 표시가 붙어 있다

같은 구조에서 두 가지가 더 생긴다.

  • 서류의 주인이 품질이 된다. 작업표준서와 대책서를 생산이 쓰기 어려워하거나 시간이 없어 품질이 대신 쓰면, 그 문서의 책임도 품질로 넘어온다. 고객 심사에서 "표준서를 왜 품질이 작성했느냐"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이것이 반복되면 "품질이 알아서 한다"가 관행이 되고, 구매·안전·인증처럼 담당이 없는 일까지 그 한 사람에게 쌓인다. 그 사람이 나가면 그 서류를 이어서 다룰 사람이 회사에 없다.
  • 출하 결정과 그 결과의 책임이 다른 사람에게 있다. 치수가 규격을 벗어난 것을 알면서 납기 때문에 출하하는 결정은 검사자가 내리지 않는다. 그러나 반품이 오면 검사자가 뒤처리를 맡는다. 검사자는 판정을 내리지만 그 판정을 지킬 권한이 없고, 뒤집힌 결과의 책임만 돌려받는다.

자주검사란 만든 사람이 자기 물건을 확인하는 검사다

자주검사는 작업자가 자기 손에서 나온 물건을 정해진 항목대로 직접 재고 기록하는 검사이고, 순회검사는 품질 담당자가 공정을 돌며 그 물건을 다시 보는 검사다. 둘을 구분해 두면 "만든 자리의 확인"과 "제3자의 검증"이 각각 제 자리를 갖는다. 해외 품질 포럼에서도 작업자가 자기 작업의 가장 좋은 검사자라는 것을 원칙으로 삼으라는 말이 나온다("Operator is the best Inspector of his job").

확인을 만든 자리로 옮기는 다섯 단계

순서는 초물·중물·종물 → 체크시트의 품질 칸 → 대책서의 작성자 → 출하 결정자의 서명 → 업무분장이며, 비용이 들지 않고 당장 되는 것이 앞이다. 검사를 강화하는 방향은 여기에 없다. 검사 항목을 늘리면 검사 시간이 늘고, 검사자는 책임이 두려워 규격 안의 것까지 불합격으로 돌린다.

  1. 초물·중물·종물을 작업자가 옆에 둔다. 작업 시작 직후의 것, 중간의 것, 끝의 것을 하나씩 기계 옆에 두고, 체크시트에 치수 한 항목과 외관 한 항목만 기록한다. 작업자는 지금도 첫 제품을 들여다본다. 그 동작에 "옆에 두기"와 "한 줄 쓰기"를 붙이는 것이 전부다.
  2. 품질은 그 물건으로 순회검사를 한다. 새 시료를 뽑지 않고 작업자가 둔 것을 확인하고, 같은 체크시트의 품질 칸에 기록한다. 불량이 유출됐을 때 이 종이를 펼치면 작업자 확인 시점과 품질 확인 시점 중 어디에서 새어 나갔는지가 드러난다. 품질의 역할은 "전량을 걸러내는 사람"에서 "기준을 정하고 확인하는 사람"으로 바뀐다. 두 칸이 같은 줄에 놓인 체크시트는 아래처럼 생겼다.

체크시트. 치수·외관 두 항목에 작업자 칸과 품질 칸이 나란히 있고 각각 값이 적혀 있다

  1. 대책서는 불량을 낸 공정이 쓴다. 불량이 난 시점의 설정과 재료, 손놀림은 그 설비를 돌린 작업자만 알고 있다. 품질은 대책서를 열고(이런 불량이 발생했다는 발의) 닫는다(제출된 대책이 재발을 막는지 검증). 작성은 생산, 검증은 품질로 갈라지는 순간 서류의 주인이 바뀐다.
  2. 불합격을 알고도 출하할 때는 결정한 사람이 서명한다. 납기 때문에 내보내야 하는 날은 있다. 다만 검사 결과 옆에 검사자가 아니라 출하를 결정한 사람의 이름이 남게 한다. 별도 양식이 없으면 회의록에 결정자 이름을 한 줄 넣는 것으로 충분하다. 이름이 남는다는 것을 알면 출하 결정이 무거워지고, 그만큼 검사 판정이 무시되지 않는다.
  3. 세 가지 담당을 업무분장에 적고 서명을 받는다. 검사, 대책 작성, 출하 결정의 담당을 적고, 연초 업무분장 확정 때 팀장별 서명을 붙여 둔다. 적힌 경계가 없으면 사고 뒤 책임은 목소리가 약한 부서로 몰리고, 적혀 있으면 그 종이가 회의의 기준이 된다. 적으면 아래처럼 된다.

업무분장. 검사는 품질, 대책 작성은 생산, 출하 결정은 경영으로 적고 각 줄에 팀장 서명란이 있다

이 순서가 그대로 되지 않는 곳

  • 생산량을 맞추느라 자주검사가 기록만 남는 형식이 되는 현장이 있다. 그래서 품질의 순회검사는 유지해야 한다. 이 순서는 품질 검사를 줄이는 것이 아니라, 검사 앞에 작업자 확인을 한 겹 더 두는 것이다.
  • 생산과 상의 없이 품질이 붙인 양식은 현장에서 하루를 못 버틴다. 체크시트의 칸 하나라도 생산 팀장과 함께 정해야 현장에 남는다.
  • 경영진이 끝까지 움직이지 않는 회사도 있다. 그런 곳에서도 출하 결정자의 서명 한 줄은 남길 수 있고, 결정자 이름이 기록에 있으면 다음 반품 회의는 "왜 못 잡았나"가 아니라 "왜 내보냈나"에서 시작한다.

오늘 할 것

공정 하나를 고르고, 첫 제품을 기계 옆에 두고 체크시트에 한 줄을 적는다. 그 한 줄 옆에 품질 칸이 생기는 날부터, 불량은 검사자의 것이 아니라 만든 자리의 것이 된다.

참고자료

심플리즘 https://simplysm.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