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품번 첫 양산이 매번 난리인 이유 — 양산 이관은 넘기는 쪽이 아니라 받는 쪽이 정해야 한다

새 품번 첫 생산 날 라인에는 도면 한 장뿐이고, 사무실은 성적서부터 요구합니다. 개발이 메일 한 통으로 이관을 끝내고 손을 놓는 구조가 첫 양산을 매번 난리로 만듭니다. 받는 쪽 확인서와 이관 기간으로 이 구조를 끊는 순서를 정리했습니다.

새 품번이 처음 라인에 오르는 날, 현장에 있는 것은 도면 한 장뿐인 경우가 많습니다. 검사 기준은 아직 없고, 지그는 돌려 가며 맞추는데, 사무실에서는 초도품 성적서부터 달라고 합니다. 개발 담당은 이미 다음 과제 회의에 들어가 있습니다. 얼마 뒤 불량이 나오면 개발은 공정을 안 지켰다고 하고, 생산은 도면이 그렇게 왔다고 하고, 품질은 기준도 없이 무엇을 잡느냐고 합니다. 현장을 수십 곳 다니면서 본 새 품번의 첫날은 어디나 이 모습이었습니다.

첫 양산이 매번 난리인 이유는 "받은 사람"이 없어서다

첫 양산이 반복해서 무너지는 원인은 개발의 성의가 아니라, 이관이 "넘기는 쪽" 기준으로만 정의돼 있기 때문입니다. 대부분의 회사에서 양산 이관은 개발이 도면을 배포하고 메일 한 통을 보내면 끝납니다. 받는 쪽이 무엇을 확인하고 언제 받았다고 하는지는 어디에도 없습니다. 그래서 넘긴 순간 개발은 자기 일이 끝났다고 믿고, 그 뒤에 빠진 것은 첫 로트를 생산하는 사람이 그 자리에서 채우게 됩니다.

양산 이관이란 개발이 만든 제품의 사양·조건·기준을 생산이 넘겨받아 반복 생산할 수 있는 상태로 만드는 일입니다. 이 정의에는 "넘긴다"와 "받는다"가 둘 다 들어 있는데, 회사 안 절차에는 앞쪽만 있는 경우가 흔합니다.

실무자들의 말도 같은 자리를 가리킵니다. "양산이관으로 자료를 달랑 3장 피피티 주고 또, 양산할때 process도 변경한다네요"라는 말, "양산 이관 받고 나면 연구쪽에서 공정, 품질, 제품, 다 손을 때니 잘 검토하셔서 받을지 안받을지 결정하셔야 됩니다"라는 조언, "개발, 신차는 양산이관하는 순간 진짜 손놓아버립니다. 개발, 신차 1년 일하고 넘기고 품질보증은 3-5년 대응해야 될 아이템입니다"라는 하소연이 그것입니다.

첫 로트가 시험 생산이 되는 순간

받는 쪽 기준이 없으면 첫 로트가 곧 시험 생산이 됩니다. 검사 기준은 품질이 그날 급히 만들고, 작업 조건은 현장에서 돌려 보며 찾고, 그렇게 나온 물건 중에서 양품을 골라 성적서를 씁니다. 문제는 그 로트가 고객 납기가 걸린 로트라는 점입니다. 시험을 납기로 치르는 셈이라, 조건이 잡히기 전에 출하가 먼저 나갑니다.

이관 뒤의 시간도 문제입니다. 개발은 새 과제로 넘어가지만 그 품번은 앞으로 몇 년을 라인에서 삽니다. 그 몇 년 동안 나오는 문제는 전부 받은 쪽 몫이 되고, 이관 이후의 도면 수정이나 작업표준서 개정까지 생산과 품질 사이를 오가게 됩니다.

받는 쪽에서 끊는 순서

이 구조는 개발을 다그쳐서 바뀌지 않습니다. 받는 쪽이 "이것이 없으면 못 받는다"를 들고 있어야 이관이 성립합니다. 사람을 더 뽑지 않고 시작할 수 있는 순서는 다음과 같습니다.

  1. 지난 첫날에 급히 만든 것을 적는다. 지난번 새 품번 첫 생산 날, 그 자리에서 없어서 만든 검사 기준, 돌려 보며 찾은 조건, 급히 만든 지그를 목록으로 적습니다. 그것이 우리 회사에서 이관 때 넘어왔어야 할 것들입니다. 이 목록은 공장마다 다릅니다.
  2. 그 목록을 받는 쪽 확인서로 만든다. 최신 도면, 작업 조건, 검사 기준, 작업표준서, 지그와 금형, 부품 목록 같은 항목을 한 장에 둡니다. 빈 항목이 있으면 받지 않는 것이 원칙이고, 받는 쪽이 확인하고 서명합니다. 이관은 메일 한 통이 아니라 서명 한 장으로 끝납니다. 빈 항목이 보이면 누가 채울지는 그때 정하면 됩니다 — 누가 하느냐로 먼저 싸우면 답이 나오지 않지만, 무엇이 없는지가 보이면 그 싸움은 훨씬 짧아집니다.
  3. 이관을 하루가 아니라 기간으로 정한다. 첫 백 일까지, 또는 첫 석 달까지로 못 박고, 그 기간에는 개발 담당이 라인에 상주하며 주관합니다. 문제가 나면 개발이 고치고, 고친 조건을 확인서에 다시 적습니다. 그 기간이 끝나야 정말로 받은 것입니다.
  4. 금형까지 새로 만드는 품번이라면 시험 생산을 따로 둔다. 고객에게 나갈 로트를 만들기 전에, 같은 설비·같은 작업자·같은 조건으로 한 번 따로 만들어 봅니다. 거기서 나온 조건과 문제를 기록하고, 그 기록으로 작업표준서를 씁니다. 납기가 걸린 로트로 시험하지 않는 것이 핵심입니다.

받는 쪽 확인서는 한 장이면 됩니다. 항목 하나가 비어 있으면 그 자리가 바로 보이고, 그 상태로는 받지 않는다는 원칙이 같이 붙습니다.

받는 쪽 이관 확인서 — 최신 도면, 작업 조건, 검사 기준, 작업표준서, 지그와 금형, 부품 목록 여섯 항목 중 작업표준서 한 칸이 비어 있고, 아래에 "빈 항목이 있으면 받지 않는다"는 원칙이 적혀 있다

이 순서가 그대로 맞지 않는 곳

고객사가 금형을 급히 넘기고 당장 납품하라고 하는 날에는 확인서를 다 채울 시간이 없습니다. 그런 날에도 어떤 항목이 비었는지는 적어 두고 시작해야 합니다. 무엇이 없는 채로 시작했는지가 남아 있어야 나중에 원인이 잡힙니다.

새 품번이 수시로 들어오는 다품종 공장이라면 확인서 항목을 꼭 필요한 몇 개로 줄여야 합니다. 항목이 많으면 아무도 채우지 않습니다. 이미 이관 회의와 확인 절차가 도는 회사라면 이 글의 순서는 필요 없습니다.

오늘 할 수 있는 것

지난번 새 품번 첫 생산 날에 그 자리에서 급히 만든 것 세 가지를 적어 보십시오. 그것이 우리 회사 이관 확인서의 첫 줄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