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생산계획을 다 짜서 현장에 내려보냈는데, 점심도 되기 전에 다시 짜야 하는 날이 있습니다. 영업에서는 내일까지 먼저 해 달라는 전화가 옵니다. 조금 뒤에는 자재가 오늘 못 들어온다는 연락이 오고, 오후에는 설비가 멈춥니다. 그러면 계획 담당자는 또 엑셀을 열어 줄을 옮기고 날짜를 바꿉니다.
이 글에서는 생산계획을 왜 이렇게 매일 다시 짜게 되는지, 다시 짜는 일은 어떻게 줄이는지를 정리합니다.
변수가 많아서만은 아닙니다
이럴 때 흔히 "우리 공장은 변수가 많아서 어쩔 수 없다"고 합니다. 그런데 긴급 주문, 자재 지연, 설비 멈춤은 어느 공장에나 있습니다. 똑같은 일이 생겨도 어떤 공장은 계획을 통째로 다시 짜고, 어떤 공장은 한두 줄만 바꾸고 끝납니다.
그 차이는 계획을 어떻게 짜느냐에서 갈립니다. 계획을 매일 다시 짜는 공장에는 대개 세 가지 버릇이 있습니다.
버릇 하나: 내일 계획이나 3주 뒤 계획이나 똑같이 다룬다
내일 할 일도, 3주 뒤에 할 일도 날짜와 수량을 딱 정해 표에 적어 둡니다. 여기에 긴급 주문이 하나 끼면 뒤에 있던 일이 한 칸씩 밀리고, 밀린 일이 또 다음 일을 밀어냅니다. 결국 3주 치 계획을 처음부터 다시 짜게 됩니다.

그런데 3주 뒤 계획은 어차피 또 바뀝니다. 바뀔 계획을 매일 붙잡고 씨름하는 셈입니다.
APICS(미국 생산·재고관리협회)는 계획 기간 위에 그은 경계(planning time fence)를 이렇게 정의합니다. 그 경계 안쪽에서 계획을 바꾸면 부품 일정, 능력 계획(앞으로 필요한 설비와 인력의 양을 정하는 계획), 납기, 비용에 나쁜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입니다. 가까운 날의 계획과 먼 날의 계획은 바꿀 때의 무게가 다릅니다.
해법: 확정 구간과 예정 구간으로 나눈다
계획을 두 구간으로 나눕니다.
- 확정 구간: 앞으로 며칠입니다. 여기 들어온 계획은 웬만하면 바꾸지 않습니다.
- 예정 구간: 그 뒤입니다. 어차피 바뀔 구간이므로 날짜별로 쪼개지 않고 주 단위로만 잡아 둡니다.

확정 구간의 길이는 작업에 들어가기 전에 준비하는 데 며칠 걸리는지로 정합니다. 자재 불출에 하루, 금형과 인원을 맞추는 데 하루가 걸린다면 최소 이틀을 확정 구간으로 둡니다.
계획의 일부를 고정하는 방법을 다룬 연구도 있습니다. Sridharan 등(1987)은 기준생산계획(MPS, 무엇을 언제 얼마나 만들지 정한 계획)을 안정시키는 방법으로 계획의 일부를 고정(freeze)하는 것을 듭니다. 이 연구의 시뮬레이션은 계획 기간의 절반까지 고정해도 생산·재고 비용에 미치는 영향이 작을 수 있다고 시사합니다. 같은 연구는 기간 단위보다 주문 단위로 고정하는 방법이 더 나은 결과를 낸다고도 시사합니다. 이 글의 확정 구간은 계획 기간 맨 앞의 며칠을 고정하므로 기간 단위 고정에 가깝습니다. 연구의 고정 방법을 일 단위 계획에 맞게 단순하게 옮긴 것입니다.
버릇 둘: '되겠지' 하고 짠다
자재가 내일 들어온다고 하면 그 자재를 쓰는 작업을 내일 아침으로 바로 잡아 둡니다. 설비도 하루 종일 쉬지 않고 돈다고 보고 시간을 꽉 채웁니다. 이렇게 짠 계획은 하나만 어긋나도 깨집니다. 자재가 반나절만 늦어도 오전이 통째로 비고, 그 일을 오후로 밀면 오후 작업이 넘칩니다.
제조 운영 관리 활동을 정의한 한국산업표준 KS X IEC 62264-3은 생산 산출량이 두 가지 자원의 가용성에 따라 결정된다고 설명합니다. 하나는 원료·구성품 같은 소모성 자원이고, 다른 하나는 장비·시설·작업자 같은 비소모성 자원입니다. 들어올 예정인 자재와 쉬지 않는 설비를 전제로 짠 계획은 이 가용성을 확인하지 않은 계획입니다.
해법: 확정 구간에는 확인이 끝난 일만 넣는다
확정 구간에 넣기 전에 세 가지를 확인합니다.
- 자재가 창고에 실제로 들어와 있는가
- 금형과 설비를 그날 쓸 수 있는가
- 그 일을 할 사람이 있는가

확정 구간에 들어가는 순간부터 준비가 시작되므로, 그때 셋이 다 갖춰져 있어야 합니다. 특히 자재는 들어온다는 말만 믿지 말고 창고에 와 있는지 확인합니다. 하나라도 확인이 안 되면 확정 구간에 넣지 않고 예정 구간에 둡니다.
확정 구간도 꽉 채우지 않습니다. 설비가 멈추거나 긴급 주문이 끼어도 받아 줄 여유를 남겨 둡니다. 여유를 얼마나 남길지 정한 공식 수치는 찾지 못했습니다. 참고로 KS X IEC 62264-3은 병목 자원(공정 전체의 속도를 좌우하는 가장 빠듯한 설비나 공정)을 고려해 완충 시간을 두는 것을 일정계획 전략의 하나로 듭니다.
버릇 셋: 바꿔 달라는 요청이 오는 족족 바로 바꾼다
영업 전화 한 통에 계획을 바꾸고, 자재 연락 한 통에 또 바꿉니다. 그러면 현장은 오전에 받은 계획과 오후에 받은 계획이 달라 무엇을 따라야 할지 헷갈립니다. 긴급 주문을 끼워 넣으면서 그 때문에 무엇이 밀리는지는 아무도 정하지 않습니다. 그렇게 밀린 일은 며칠 뒤 또 다른 긴급 주문이 되어 돌아옵니다.
APICS의 생산관리 자격(CPIM) 교재도 planning time fence 같은 경계를 쓰면 좋은 이유로, 계획의 안정이 생산의 안정에 도움이 된다는 점을 듭니다.
해법: 계획 바꾸는 규칙을 정해 둔다
- 예정 구간에서 바뀌는 것은 하루 한 번, 시간을 정해 두고 모아서 반영합니다.
- 확정 구간에 손을 대야 하는 긴급 주문은 계획 담당자 혼자 떠안지 않습니다. 생산팀장이나 공장장처럼 정해 둔 사람이 결정합니다.

이때 할 수 있는 일은 두 가지뿐입니다. 잔업, 특근, 외주로 더 만들거나, 다른 일을 줄이거나 미루는 것입니다. 미룬다면 어느 고객의 납기가 밀리는지까지 그 자리에서 확인하고 정합니다.
KS A 3020(생산관리 용어)은 공수계획을 생산계획의 일환으로 부하(해야 할 일의 양)와 능력(할 수 있는 일의 양)을 조정하는 일로 정의합니다. 능력은 잔업, 지원, 임시공, 외주로 조정하고, 부하는 계획량, 납기, 재고량으로 조정한다고 설명합니다. 위의 두 가지가 이 능력 조정과 부하 조정입니다.
하나 더: 바꾼 이유를 모아 변수를 줄인다
세 가지 버릇을 다 고쳐도 변수 자체가 없어지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계획을 바꿀 때마다 왜 바꿨는지 한 줄씩 적어 둡니다. 긴급 주문 때문인지, 자재 지연 때문인지, 설비가 멈춰서인지, 불량이 나서 재작업하는 것인지를 적습니다.

한 달만 모으면 무엇 때문에 계획을 가장 많이 바꾸는지 보입니다. 자재 지연이 가장 많다면 계획을 바꿔서 메울 것이 아니라 발주 시점이나 협력사 납기부터 손봐야 합니다. 설비 멈춤이 가장 많다면 설비 보전부터 챙겨야 합니다. 이렇게 변수를 하나씩 줄여 가면 계획을 다시 짤 일도 그만큼 줄어듭니다.
정리
- 앞으로 며칠은 확정 구간으로 묶어 두고, 거기에는 확인이 끝난 일만 넣습니다.
- 바꿔 달라는 요청은 정해 둔 규칙대로만 받습니다.
- 바꾼 이유를 모아 변수를 하나씩 줄여 갑니다.
출처
- Sridharan, V., Berry, W. L., Udayabhanu, V. (1987). Freezing the Master Production Schedule Under Rolling Planning Horizons. Management Science, 33(9), 1137–1149. https://doi.org/10.1287/mnsc.33.9.1137
- APICS Dictionary의 planning time fence 정의. David Ross, "Managing the Demand Forecast: Part 3", APICS 블로그, 2016-12-06. https://www.apics.org/sites/apics-blog/thinking-supply-chain-topic-search-result/thinking-supply-chain/2016/12/06/managing-the-demand-forecast-part-3
- APICS CPIM Version 6.1 (2019), Section F: Master Planning, p.1-207
- KS X IEC 62264-3:2016 기업시스템과 제어 시스템 통합 — 제3부: 제조 운영 관리 활동 모델, 5.4.2 비고, 6.6.3.1 보기 2
- KS A 3020:2018 생산관리 용어(공정관리), 번호 11 공수계획
영상으로 보기: https://www.youtube.com/watch?v=i-WjZ6QTY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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