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에 공장에 나와 있다면, 이번 달만 세 번째일지도 모릅니다. 어제 고친 설비가 오늘 또 섰고, 무엇을 갈았는지는 고친 사람만 아는데 그 사람은 오늘 안 나왔습니다. 현장을 수십 곳 다니면서 본 설비 관리는 대부분 이 모습이었습니다. 고장 나면 고치고, 돌아가면 끝.
같은 고장이 되풀이되는 것은 운이 아닙니다. 구조가 그렇게 되어 있습니다.
같은 고장이 또 나는 세 가지 구조
고친 설비가 다시 서는 공장에는 세 가지가 겹쳐 있습니다.
- 고장 이력이 없다. 고친 내용이 고친 사람의 머리와 메모에만 남습니다. 지난번에 무엇을 바꿨는지 모르니 "이거 바꿔 봐라, 저거 바꿔 봐라"가 나옵니다.
- 임시조치가 "고쳤음"으로 남는다. 급한 대로 다른 부품을 끼우고, 월말에는 소모품을 다시 씁니다. 당장 돌아가니 고쳤다고 하지만, 이력에는 임시인지 아닌지가 남지 않습니다.
- 세우는 시간이 계획에 없다. 점검하게 세우자고 하면 "라인 끊기면 책임질 거냐"가 돌아옵니다. 그래서 설비가 서는 시점을 설비가 정하고, 그때는 시간도 부품도 사람도 고를 수 없습니다. 부품이 없으면 두 시간이면 끝날 수리가 부품이 올 때까지 며칠 정지가 되고, 그 사이 라인이 서면 결품이 됩니다. 세우는 것을 막으려다 더 길게 서는 구조입니다.
고장 지표(MTBF·MTTR)를 매달 뽑는 곳은 많습니다. 심사 때 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그 숫자로 고장을 줄이는 곳은 보지 못했습니다. 숫자는 있는데 사연이 없기 때문입니다 — 어느 설비의 어느 자리가 왜 섰는지가 지표에는 없습니다.
임시조치는 고장을 없앤 것이 아니라 날짜를 옮긴 것이다
임시조치를 하면 설비는 돌아가지만, 고장이 없어진 것이 아니라 다음 고장 날짜가 뒤로 밀린 것입니다. 잔고장이란 금방 복구되지만 같은 설비에서 되풀이되는 고장이고, 이 잔고장을 뜯어 보면 임시조치가 대부분입니다. 한 보전 담당자는 자기 공장을 이렇게 적었습니다.
"입사 당시 생산설비 가동율 50%초반대였고, 잔고장이 워낙 많아 조사해보니 임시조치가 태반이었습니다." — 리멤버 커뮤니티, 2022
돌아가니 "고쳤다"가 됩니다. 그런데 예컨대 다음 주에 설 설비가 3주 뒤에 서는 식일 뿐입니다. 임시조치가 고장 날짜를 어떻게 옮기는지는 아래 그림과 같습니다.

문제는 이력에 임시인지 근본인지가 남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전부 "고쳤음"으로 남으니, 다음 주에 같은 설비가 서면 또 처음 겪는 고장이 됩니다.
이 구조는 설비를 바꿔서가 아니라 고장 한 줄을 적는 데서부터 끊습니다.
첫 단계: 고장 한 줄, 네 칸
고장이 날 때마다 그 설비의 대장에 한 줄을 적습니다. 칸은 넷이면 됩니다.
- 언제
- 어디서 멈췄나 (설비의 어느 자리)
- 뭘 갈았나
- 임시인가
설비별 대장에 한 줄을 적으면 아래처럼 됩니다.

양식을 새로 만들지 않습니다. 설비관리대장이 있으면 거기에 칸만 늘리고, 이력카드가 있으면 거기에 적습니다. 양식이 하나 늘면 그만큼 안 적히게 됩니다.
종이는 사무실이 아니라 설비 옆에 둡니다. 고친 사람이 고친 자리에서 바로 적어야 기록이 남습니다. 사무실까지 가서 적는 것은 바쁜 날일수록 뒤로 밀립니다. 시작할 때는 기억나는 지난 고장부터 채워 넣어도 됩니다.
한 달 뒤: 같은 줄을 세고, 설비 하나를 고른다
고장 대장을 한 달 쌓아 세어 보면 같은 설비, 같은 자리, 같은 부품이 보입니다. 잔고장은 늘 같은 데서 다시 나기 때문입니다. 한 달치 줄을 늘어놓으면 아래처럼 같은 줄이 눈에 들어옵니다.

대상은 그 설비 하나입니다. 그 설비의 줄 가운데 "임시"로 표시된 것을 근본 조치로 바꿔 나갑니다. 새는 데를 막고, 돌려 막은 부품을 맞는 부품으로 갈아 끼웁니다. 위에서 인용한 보전 담당자는 이 일을 1년 가까이 한 뒤의 결과를 이렇게 적었습니다.
"설비 잔고장이 하루 6~8건이 1~3건으로 줄었고 고장주기도 길어져서 수리 유효성도 증가했다. 라인 가동율도 60%대에서 80%대 이상으로 증가했고" — 리멤버 커뮤니티, 2022
설비를 산 것이 아닙니다. 임시조치를 하나씩 근본 조치로 바꾼 것입니다.
한 가지 더 있습니다. 그 설비를 돌리는 사람은 서기 전에 압니다. 소리가 다르고, 냄새가 다릅니다. 그 말을 같은 줄에 적어 두면 다음에는 서기 전에 손을 댈 수 있습니다.
정비 시간과 예비 부품도 고장 대장에서 나온다
정비 시간은 고장 대장에서 같은 줄이 반복되는 설비 하나에만 생산 계획으로 잡습니다.
- 전 설비가 아니라 고른 설비 하나만
- 짧게, 정기적으로
- 그 시간에 줄에 적힌 자리를 보고, 갈 것만 갈아 둔다
- 생산 계획에 정비를 작업 지시처럼 넣는다 — 그러면 세우는 것이 사고가 아니라 일정이 된다
- 그 설비를 돌리는 사람이 같이 본다 — 소리로 아는 사람이 그 사람이다
미리 둘 예비 부품도 같은 대장에서 나옵니다.
- 줄에 두 번 이상 적힌 부품
- 오는 데 오래 걸리는 부품
이 둘부터 하나씩 둡니다. 전 부품이 아니라 그 부품만입니다. 부품 번호는 매뉴얼이 아니라 실물에서 적습니다. 매뉴얼은 어디 있는지 모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새 설비를 들일 때는 예비부품 리스트를 같이 받습니다. 리스트 없이 설비만 오면 고장 날 때마다 부품을 찾아 헤매게 됩니다.
고장 대장이 못 막는 것
- 처음 겪는 고장. 이력은 반복을 잡는 도구라 처음 나는 고장은 못 막습니다. 이것은 일 년에 한 번 외부 전문가를 불러 점검받는 수밖에 없습니다.
- 부품이 단종된 설비. 막지는 못하지만, 어느 부품이 문제였는지는 대장이 알려 줍니다.
- 보전이 한 명뿐인 공장. 그 사람이 쉬는 날 남는 것이 이 대장뿐이라, 오히려 더 필요합니다.
심사 때 내는 고장 지표는 따로 만들지 않습니다. 대장의 줄이 쌓이면 지표는 거기서 계산됩니다.
오늘 할 일 하나
마지막에 났던 고장 한 건을 적어 봅니다. 언제, 어디서 멈췄고, 뭘 갈았고, 임시였는지. 기억이 안 나면, 그 사실부터 대장 첫 줄에 적습니다.
심플리즘 https://simplysm.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