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도면인데 견적이 사람마다 다른 이유 — 끝난 일의 시간을 재지 않기 때문입니다

같은 도면, 같은 수량인데 어디는 칠만 원, 어디는 삼십만 원을 부릅니다. 값이 그날 사정을 따라가는 것은 견적을 감으로 내기 때문이 아니라, 그 일이 끝난 뒤 실제로 얼마 걸렸는지 아무도 재어보지 않기 때문입니다. 견적서 한 장에 칸 하나를 더하는 것부터 시작하는 순서를 정리했습니다.

견적이 사람마다 갈리는 이유는 하나입니다

그 일이 끝난 뒤에 실제로 얼마 걸렸는지 아무도 재어보지 않기 때문입니다. 재어본 기록이 없으면 다음에 같은 도면이 와도 꺼낼 숫자가 없고, 부르는 사람은 다시 머릿속에서 비슷한 물건을 찾습니다. 그러면 값은 그날 공장 사정을 따라갑니다.

국내 가공업 커뮤니티에 올라온 문답이 이 구조를 그대로 보여줍니다. 벨트 풀리 단품 하나, 도면까지 첨부된 질문에 답이 이렇게 갈렸습니다. 오만 원에서 칠만 원, 칠만 원에서 구만 원, 십이만 원, 십육만 원, 십칠만 원, 이십오만 원, 삼십만 원. 같은 부품인데 네 배가 넘게 벌어집니다. 그리고 답을 준 사람들이 이유를 스스로 적었습니다. "일 없으면 십육만 원, 바쁘면 삼십만 원", "단품이니 반나절 임율", "기존 거래처면 칠만 원에서 구만 원, 첫 거래나 일회성이면 십이만 원". 다른 글에는 이런 문장이 있습니다. "단가 인상이란 게 기준이 없어요."

임율은 그 설비와 사람을 한 시간 돌리는 데 드는 값입니다. 견적은 결국 이 값에 걸린 시간을 곱해 나옵니다. 그런데 걸린 시간을 재어 둔 곳이 없으면 임율이 있어도 곱할 숫자가 없습니다.

값이 흔들리는 모양은 이렇게 그려집니다.

같은 도면의 견적 금액이 칠만 원과 삼십만 원 사이를 오르내리는 꺾은선 그래프

견적은 원래 추측입니다. 갈리는 건 그다음입니다

해본 적 없는 일의 견적은 어디서나 추측입니다. 도면을 받고 몇 초 만에 답해야 하고, 개발이 끝나지 않았는데 단가표부터 요구받기도 합니다. 여기까지는 어느 공장이나 같습니다.

갈리는 지점은 그 일이 끝난 다음입니다. 물건은 나갔고 대금은 들어왔으니 대부분 거기서 끝납니다. 해외 가공업 커뮤니티에서 한 공장 운영자가 남긴 물음이 같은 자리를 짚습니다. "견적한 시간과 실제 시간·비용을 기록해서 서로 비교하십니까? 그 정보를 다음 견적에 쓰십니까?" 그는 이렇게 덧붙였습니다. 그런 시간이 대개 잡히지 않아서, 사장이 소진되거나 사업이 망하거나 다음 일이 지난 일을 메꾸는 순환이 끝없이 이어진다고요.

견적서에 없는 작업이 이익을 먹습니다

견적서에는 소재비와 가공비와 수량이 있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시간을 먹는 것은 거기 없는 것들입니다.

  • 소재 절단 — 자르는 데만 이틀이 가도 견적서에 그 줄이 없습니다
  • 프로그램 작성과 지그 제작 — 그 잡에만 쓰는 것인데 항목이 없습니다
  • 발주 뒤에 붙는 전수검사 — 없는 게이지를 새로 사고, 작업자는 가공하다 말고 하나씩 잽니다
  • 재작업 — 불량이 나서 다시 돌린 시간이 원래 일에 붙습니다

한 해외 스레드에는 이런 사례가 있습니다. 작업자가 톱을 끌어내 이틀 내내 압출재만 잘랐는데, 전체 견적에는 그 항목이 아예 없었고 결국 열여섯 시간의 인건비가 청구되지 않은 채 사라졌다는 것입니다. 그는 이런 누락이 생기는 까닭을 실적이 잡히지 않아 다음 견적에 반영되지 않기 때문이라고 적었습니다.

이 시간들은 그 일의 이익에서 조용히 빠집니다. 어디에도 적히지 않으니 다음 견적에도 들어가지 않습니다. 그러면 남는 일과 밑지는 일이 섞여 통장 잔고 하나로 오고, 어느 품목이 어느 품목을 먹여 살리는지 알 수 없게 됩니다. 깎아달라는 말에 버틸 근거도 그만큼 없습니다.

오늘 시작하는 순서

프로그램을 사는 것이 첫 단계가 아닙니다. 견적서 한 장에 칸 하나를 더하는 것으로 시작합니다.

  1. 견적서에 예상 시간 칸을 만듭니다. 반나절이든 사흘이든 상관없습니다. 견적을 부를 때 이미 머릿속으로 세고 있으니, 그것을 종이에 남기기만 하면 됩니다.
  2. 그 일이 끝나면 실제 걸린 시간을 그 옆에 적습니다. 꼭 같은 종이여야 합니다. 그리고 그 도면과 함께 묶어 둡니다. 다음에 같은 도면이 오면 그것을 꺼내면 됩니다.
  3. 세는 단위는 크게 잡습니다. 반나절, 하루 같은 덩어리로 적습니다. 십 분을 맞히려 하면 아무도 적지 않습니다. 반나절이 통째로 날아간 것을 남기는 것이 목적입니다.
  4. 견적에 없던 작업이 나오면 이름을 붙여 항목으로 세웁니다. 소재 절단, 프로그램 작성, 지그 제작, 전수검사. 값을 다 받지 못해도 항목으로는 세워 둡니다. 그 항목에 시간이 얼마 들어가는지가 그때부터 보입니다.
  5. 재작업은 원래 일과 따로 적습니다. 다시 돌린 시간을 원래 일에 붙이면 그 물건이 원래 오래 걸리는 물건처럼 보이고, 다음 견적을 그 숫자로 올려 부르게 됩니다.
  6. 몇 건이 모이면 기준 도면 하나를 정합니다. 우리가 제일 잘 아는 도면의 값을 기준으로 두고, 새 도면은 그것보다 얼마나 더 복잡한지로 값을 냅니다. 그러면 부르는 사람이 바뀌어도 값이 크게 흔들리지 않습니다.

2번이 이 순서의 중심입니다. 예상과 실제가 한 장에 나란히 있어야 다음 견적이 달라집니다.

견적서 한 장에 예상 시간 이틀과 실제 시간 사흘이 나란히 적힌 모습

4번을 하면 견적서의 모양이 바뀝니다. 기존 항목 아래에 소재 절단, 프로그램 작성, 지그 제작, 전수검사가 줄로 섭니다.

견적서에 소재 절단·프로그램 작성·지그 제작·전수검사 항목이 새 줄로 추가된 모습

이 방식은 국내 실무자들도 쓰고 있습니다. 견적 기준 도면의 단가를 협의해 두고 그 도면 단가에서 비율로 다른 도면 견적을 낸다는 이야기, 기준 도면이 없으면 신규 업체는 항상 난항을 겪는다는 이야기가 커뮤니티에 남아 있습니다. 견적을 철강 시세와 가공 시간과 공정과 공구비로 쪼개 넣으니 기존보다 값이 높아졌고, 그래서 안 하고 쉬는 편이 이득인 일을 걸러낼 수 있게 됐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이 기록을 사람 평가에 쓰면 그날로 끝납니다

예상보다 오래 걸린 사람을 불러 세우는 순간, 그다음부터 올라오는 시간은 견적에 딱 맞아떨어집니다. 그 숫자는 견적을 확인해 줄 뿐이고, 그것으로는 아무것도 볼 수 없게 됩니다.

해외 커뮤니티에는 더 심한 사례도 있습니다. 삼십 시간으로 견적한 일을 이십오 시간에 끝내면 관리자가 남은 다섯 시간을 쥐고 있다가, 다른 사람이 자기 일에서 초과하면 그 다섯 시간을 옮겨 적어 견적을 맞췄다는 것입니다. 그 회사는 시스템과 바코드 태그에 수천 달러를 쓴 끝에 장부를 조작한 관리자를 해고했습니다.

이 기록은 값을 정하는 데만 씁니다. 사람을 보는 데 쓰는 것이 아닙니다.

한 가지 더, 처음부터 모든 일에 적으려 하면 두 주 만에 멈춥니다. 해외 커뮤니티에도 같은 말이 있습니다. 추적은 어디가 나쁜지 드러내 주고 그것이 개선의 첫걸음인데, 너무 번거로워서 두 주쯤 지나면 흐지부지된다는 것입니다. 제일 자주 들어오는 품목 몇 개만 골라 시작하는 편이 낫습니다.

이 순서가 필요 없는 곳

도면마다 걸린 시간이 이미 쌓여 있고, 견적과 실제를 매번 맞춰보는 곳이라면 이 단계를 거칠 이유가 없습니다. 그런 곳은 바로 시간당 단가를 다시 계산하면 됩니다.

오늘 할 수 있는 것

지난달에 끝낸 일 중에 하나를 고르고, 그때 부른 금액과 실제로 며칠 걸렸는지를 나란히 적어보십시오. 그 한 장이 다음 견적의 첫 근거가 됩니다.